위로를 주는 공간의 이야기
요즘 장소를 주제로 한 소설을 베스트셀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 미드나잇라이브러리, 휴남동서점, 책들의 부엌 등등.
제목과 분위기만 보아서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소설은 아닌 듯했다. 따뜻함과 위로를 통해 희망을 전하는 스토리. 읽을 때는 좋지만 보편적이고 평범한 주제라고 생각되어 선뜻 읽고 싶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베스트셀러에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커버가 리뉴얼 되었다. 그리고 불편한 편의점2가 출시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져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박 2일 만에 모두 읽어버렸다.
그들의 사연
이야기는 편의점 점주 염영숙 여사로부터 시작된다. 서울역에서 지갑을 분실하고 '독고'라 불리는 노숙자를 통해 돌려받게 된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정년 퇴임한 그녀는 그 노숙자가 경우가 바르고 괜찮은 사람이라 판단되어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그에게 맡기게 된다.
오후 시간 아르바이트하는 시현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좋은 사장님을 만나 일을 하기가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장님은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 믿음직스럽다. 독고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몰랐던 장점을 발견하고, 그의 조언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오전 아르바이트생 오선숙은 노숙자 출신인 독고가 못마땅하다. 그러다 서른이 넘도록 게임만 하고 있는 아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독고가 알려준 방법으로 아들과의 관계 변화를 시도해 본다.
경만은 퇴근길에 편의점 테이블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 독고가 건네는 말이 참견인 듯 방해인 듯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독고의 따뜻한 시선을 깨닫고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보기로 한다.
희극 작가인 인경은 작가로서 한계를 느끼고 글을 쓰지 못한다면 절필을 하기로 다짐한다. 그러던 중 불편한 편의점을 방문하고 독고에게 흥미를 느껴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어떤 작품을 쓰게 될까?
염영숙 여사의 아들 민식은 사업가이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는 한탕주의 사기꾼이다. 민식은 호시탐탐 엄마의 편의점을 노리지만 독고가 방해가 된다.
곽은 민식이 독고의 약점을 캐기 위해 고용한 사설탐정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자괴감에 빠져 있는 곽은 미행했던 독고에게 오히려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고.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노숙자의 모습을 하고 이토록 성실하고 배려가 넘치는 것일까? 독자의 흥미진진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아야겠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있다
소설 속 청파동 골목에 위치한 Always편의점은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친근한 장소이다. 대학교에 다닐 때 자취방 근처 택배를 맡아주셨던 슈퍼마켓 같았던 편의점도 생각났다. 그리고 친절한 중년의 사장님 내외 분이 계신 지금의 집 앞에 위치한 편의점도 생각이 났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방문하는 사람들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과 같다. 취업 준비생, 아들과 소통이 어려운 어머니, 가족 간에 소외감을 느끼는 아버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 중인 작가 등. 어떤 것은 내 이야기 같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한 번쯤은 겪었을만한 고민일 수도 있다.
익숙한 장소에서, 평범한 이야기를, 독고라는 인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을 해소하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진 따뜻한 점이다.
거기에 독고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해져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서울역 노숙자로 시작해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된다. 약간의 추리적인 요소 때문에 이 책이 더 흥미로워지고 베스트셀러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화돼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2023년에 연극과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한다. 어떤 배우가 독고가 될지 기대된다.
제일 중요한 것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을 옮기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은 관심과 소통이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내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아이에게 제일 잘하고 싶은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따뜻한 시선과 진심 어린 소통이라 생각한다.
염영숙 여사와 독고를 떠올리며 앞으로도 따뜻하게 타인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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