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달 작가의 신작, 겨울 이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녕달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2022년 6월에 출간된 눈, 물이라는 책 이후로 약 7개월 만이다. 신간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추운 겨울에 꼭 알맞은 겨울 이불 이라는 그림책이다.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차가운 공기를 좋아하고, 자연현상일 뿐인 하얀 눈도 너무 낭만적이다. 겨울의 차가운 것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과 대비하여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더 좋아진다. 붕어빵과 호빵,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손, 추울 때 쏙 들어갈 수 있는 이불속 같은 것들 말이다.
겨울 이불은 책 표지에서부터 따뜻함이 묻어난다. 예쁜 색감 덕분이기도 하지만, 단번에 할머니댁에서 덮었던 이불의 무늬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꽃무늬 이불은 명절에 온 손녀에게 제일 예쁘고 따뜻한 겨울 이불을 꺼내주시던 따뜻한 할머니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겨울 이불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아이가 외출하고 돌아와 따뜻한 방으로 들어선다.
방바닥은 뜨겁다 싶을 정도로 따뜻하다. 그리고 벽에는 아이가 붙인 듯한 스티커가 귀엽게 붙어있다.
익숙한 듯 옷을 벗어던지고 내복 차림으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아이의 내복에 군고구마가 참 귀엽고 겨울스럽다.
이불속은 내가 예상했던 공간이 아닌 찜질방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곳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땀을 흘리며 계시고, 다양한 동물들이 찜질방을 즐기고 있다.
너구리들은 뜨거워하는데 거북이들은 뜨끈함을 좋아하는 듯하다.
여느 찜질방처럼 맛있는 음식들도 판매한다.
방바닥 귤, 아궁이 군밤, 불구덩이 군고구마, 겨울 냉커피, 얼음 할머니 식혜, 곰엉덩이 달걀.
이 중에 식혜를 사러 가는 길이 나의 취향저격이다!
식혜를 얼음 스케이트장으로 표현하여 아이들이 놀고 있다.
수박 수영장 못지않게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정말 시원한 식혜가 마시고 싶어 진다.
식혜와 달걀을 사고 돌아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맛있게 먹는다.
달걀을 거북 등에 톡 하고 쳐서 도르르 하자 거북이 간지러워 하는 장면은 나도 같이 웃음이 난다.
늦은 밤, 누군가 아이를 데리러 온다. 모습이 아빠인 듯 하지만 엄마 같기도 하다.
(안녕달의 그림책에서는 종종 성별을 알 수 없는 캐릭터가 있다. 당근유치원에서 선생님도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이와 대화를 나눴었던 기억이 있다. 작가님이 의도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이가 성별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테니 말이다. )
나이 든 아버지는 늦게 돌아온 자식에게 아랫목에 넣어둔 따뜻한 밥을 꺼내 상을 차려 준다.
어른이 된 자식에게 밥상을 내어주며 힘들지 않냐 걱정하는 아버지와, 괜찮다고 말하는 자식의 대답.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가 추운 밤 또 다른 따뜻한 겨울 이불이 되어 준다.
여름엔 수박수영장, 겨울엔 겨울이불로 가자
여름에 수박수영장에 이어 겨울이불은 겨울을 대표하는 그림책이 될 듯하다.
안녕달의 그림책은 반드시 자세히 보아야 한다. 작은 그림 하나, 귀퉁이에 있는 글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재미가 있다.
겨울 이불 책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여러 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그림과 숨겨진 재미를 찾게 된다. 그래서 평소엔 미련 없이 버리는 책에 둘려져 있는 띠지조차 버릴 수가 없다. 띠지 뒤쪽에 안녕달 작가님의 편지를 읽으면 책이 더 재밌어지니 꼭 버리지 말고 읽어보시길 바란다.
안녕달의 다른 그림책도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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